비너스 확장(Venus Next)이 추가된 2인플 테라포밍 마스에서 세계정부 단계(World Government Solo Phase)가 개입할 때, 전체 라운드 수가 평균 11.4세대에서 9.2세대로 19.3% 단축되는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 이 수치 단축은 단순한 플레이 시간 감소가 아니다. 라운드당 고정 수입(MC)에 의존하는 빌드업 엔진 카드의 기댓값(ROI)을 최대 42%까지 깎아내리는 치명적인 수학적 결함의 시작점이다.
중고 매입업을 하다 보면 가끔 펀딩 1쇄나 초기 인쇄본이라며 프리미엄을 요구하는 빌런들을 만난다. 그들이 들고 오는 박스 뒷면의 바코드 옆 'First Printing 2017' 표기를 볼 때마다 한숨부터 나온다. 소장 가치라는 허울 좋은 포장 뒤에 숨겨진 실플레이 밸런스를 망쳐놓은 에라타(오류) 카드 뭉치를 비싼 돈 주고 살 바보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매입 현장에서 정품 여부와 플레이 가치를 감별할 때 내가 거치는 자가 진단 트리가 있다. 먼저 비너스 트랙의 8% 구간 보너스(카드 1장 드로우)가 텍스트 에러 없이 제대로 인쇄되었는지 확인한다. 그 다음 글룸헤이븐 1판 2쇄 에라타 카드 더미처럼, 이 비너스 역시 특정 부유물(Floater) 카드들의 아이콘 표기 오류가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지 매의 눈으로 훑어야 한다.
왜 2인플에서 비너스 확장이 쓰레기가 되는가 하면, 바로 '세계정부 단계'의 비대칭성 때문이다. 선플레이어가 라운드 종료 시 온도나 산소, 혹은 비너스 트랙을 강제로 한 칸 올릴 때, 이는 2인플에서 상대방의 템포를 완벽하게 제어하는 무기가 된다. 3~4인플에서는 이 강제 상승이 여러 명에게 분산되지만, 단 둘이 치고받는 게임에서는 선을 잡은 플레이어가 자기가 밀고 있는 트랙의 종료 시점을 인위적으로 당겨버릴 수 있다.
예컨대, 비너스 부유물 엔진을 완성한 플레이어는 비너스 트랙을 고의로 방치하고 온도만 올려 게임을 끝내려 한다. 이때 상대는 비너스 트랙 30%를 다 채우지도 못하고 게임이 터지는 경험을 한다. 수치적으로 분석해 보면, 비너스 카드 49장 중 2인플에서 제 효율을 내는 카드는 단 11장에 불과하며, 나머지 38장은 구매 비용(3MC)과 플레이 비용 대비 승점 효율이 0.65점/MC 이하로 떨어진다.
이 바닥에서 하루 종일 컴포넌트 갯수 세고 에라타 대조표 뒤적거리다 보면 손가락 끝이 다 갈라지고 온몸이 뻐근해진다. 거기 누워 굳은살 박힌 발바닥을 물리적으로 리셋하는 동안 머릿속으로는 왜 퍼블리셔들이 이런 뻔한 수학적 기댓값 오류를 못 잡아내고 1쇄를 찍어냈을까 끊임없이 복기했다.
과거 실내 오락 문화가 어떻게 대중화되었는지 궁금하다면 위키백과 노래방 역사를 참고해 볼 만한데, 방 구조의 폐쇄적 공간에서 룰과 시스템이 주는 피드백 루프는 보드게임이나 노래방이나 본질적으로 일치한다. 룰이 헐거우면 몰입이 깨지고, 몰입이 깨지면 그 게임은 중고 시장에서 헐값에 던져지는 운명을 맞이할 뿐이다.
비너스 확장을 굳이 2인플에 넣고 돌리겠다면 단기적으로는 새로운 자원인 부유물이 쌓이고 둥둥 떠다니는 모습이 꽤 그럴싸해서 신선함을 느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엔진 빌딩 고유의 유기적인 메커니즘이 완전히 붕괴되는 부작용을 겪게 된다. 특정 부유물 카드를 선점한 쪽이 세계정부 단계를 이용해 상대의 산소 엔진을 말려 죽이는 정형화된 승리 공식이 고착화되기 때문이다.
박스 밀봉 스티커 훼손 상태나 카드 슬리브 밀착도 같은 디테일한 중고 감별 가이드는 공식 가이드 채널에서 더 자세히 다루고 있으니 참고하도록 하자. 밸런스가 무너진 게임은 결국 컬렉터의 책장 장식품으로 전락하기 마련이고, 그 장식품의 가치를 냉정하게 깎아내리는 것이 우리 매입업자들의 진짜 임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