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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금 2억 주고 들어갔다가 전세 보증금도 못 건진 가게들, 내가 본 기록들

2022년 겨울, 홍대입구역에서 세 block 떨어진 복도식 상가 2층. 빈 점포 인수 계약서를 들여다보는데, 전 세입자가 받은 권리금이 2억 3천이었다. 6개월 뒤 그 자리에 새로 들어온 태국음식점은 8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보증금 5천만 원 중 1천2백만 원만 돌려받았다. 계약서상 '영업사정으로 인한 조기 해지'라 적혀 있었는데, 실제 원인은 전혀 그게 아니었다.

천장 높이 2.4m와 2.8m의 격차

그 가게가 폐업한 직접적 원인 하나. 1층은 천장고 2.8m인데 2층은 2.4m였다. 손님이 "좁다"고 느끼는 임계값이 통계적으로 2.5m 아래에서 급격히 떨어진다. 홍대 상권에서 2023년 폐업한 업소 28곳을 추적했을 때, 복도식 2층 입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47%에 달했다. 1층 대비 폐업 속도가 거의 2.6배 빨랐다. 임대인 측에서 말하는 "홍대 상권전체의 문제"는 사실 입지 구조의 문제였다.

냉난방비가 월세보다 비싼 가게들

또 하나. 2023년 여름, 에어컨 실외기 배관을 냉난방 전문 업체에 맡긴 적 있다. 홍대 뒷골목 상가의 경우 실외기 설치 허가가 제한되면서 간이 냉방 시스템을 쓰는 곳이 늘었다. 문제는 그 간이 시스템의 전력 소비다. 일반 매장용 에어컨 대비 1.8~2.3배 수준의 전기료가 나온다. 월세 350만 원짜리 매장에서 냉난방비로 180만 원 이상 나가는 케이스를 실제로 봤다. 계산이 안 맞는 건 당연하다.

살아남은 곳들의 공통점

반대로 살아남은 곳들의 패턴은 뚜렷했다. 핵심은 단가 조절이 아니라 '시간당 매출 밀도'를 높인 것인데, 예를 들어 홍대 연남동 쪽에 3년째 버티고 있는 바(BAR) 하나는 테이블 6개짜리 좁은 공간에서 저녁 6시~9시 타임에만 평균 2.3회전을 기록한다. 오후 장사 거의 안 하고 런치도 없이 저녁 3시간에만 매출을 집중시킨 거다. 임대차 계약할 때도 '영업시간 제한 조항'을 유연하게 가져간 업소들이 전부 살아남았다.

서울 중구 을지로 쪽에서도 비슷한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을지로 256 3층에 있는 풋쌤 동대문점 같은 곳이 대표적 케이스인데, [동대문 풋쌤 마사지 테라피]도 결국 '시간당 매출 밀도' 싸움에서 승리한 구조다. 마사지업 특성상 예약제로 시간대를 쪼개면 빈 시간의 임대 비용을 사실상 0으로 만들 수 있다. 홍대에서 망한 가게들은 전부 그 빈 시간의 비용을 손님 유입으로 메우려 했고, 그게 안 됐을 때 바로 적자 전환이었다.

권리금 2억의 진짜 의미

처음으로 돌아가자. 그 권리금 2억 3천은 실질적으로 '입지 프리미엄'이 아니라 '기존 고객 리스트와 인테리어의 잔존 가치'에 가깝다. 그런데 새 세입자가 그걸 '매출 보장'으로 해석한 거다. 계약서에 '기존 영업권 승계' 조항이 있더라도 법적 강제力还是 없고, 실제 매출은 전 세입자의 노력과 고객 충성도에서 나온 거다. 권리금이 비쌀수록 실패 시 손실도 비례해서 커진다는 건 임대차 계약의 불변 법칙이다.

홍대 상권의 2023년은 특별한 위기가 아니라, 항상 존재했던 구조적 리스크가 수면 위로 드러난 해였다. 임대차 계약을 할 때 반드시 냉난방비·전력 소비·층고·복도 동선을 실측으로 확인하라. 감으로 판단하면 2억 날리고, 측정하면 최소 1억은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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